세계여행 D+65 (230318)
토레스 델 파이네 W 트레킹 마지막 날
05:00 출발
07:10 라스 토레스 전망대 도착
08:00 구경 후 하산 시작
10:00 칠레노 산장 도착
13:00 국립공원 웰컴센터 도착
15:00 푸에르토 나탈레스 버스 탑승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에 잠을 더 설쳤다. 그래도 삼봉을 위해 4시쯤 일어났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삼봉 일출 보러 출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찍 출발을 했고 우린 5시쯤 출발해서 조금 조급했다. 헤드랜턴 하나에 의지해서 가는데 야간산행이 처음이라 초반엔 좀 무서웠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랜턴에 의지해서 가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외국인들이 워낙 걸음이 빠르고 힘차게 가서 모두 우릴 지나쳐갔다. 그래도 천천히 걸어가자 싶었는데 가면 갈수록 너어무 힘들었다. 그렇게 오르막일 줄이야.
절반 정도 지나니 리얼 돌산 오르막길만이 남아있었다.. 1시간 가까이 급경사를 올라가야 한단 말을 들었지만 길이 너무 험해서 너무 포기하고 싶었던..ㅎㅎ 그래도 별이 쏟아질 거 같은 하늘과 은하수가 위안이 됐다.
맵스미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로드하여 갔지만 이정표도 제대로 없고 길을 몇 번이고 두리번거렸다. 어두워서 그런지 체력이 두배로 드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몇 번 헤매고 나니 감으로 찾는 지경이 됐다. 칠레 사람이 우리 길 따라 올 정도로(ㅋ) 도착하니 쿨하게 가버렸지만 말이야.
7시 10분 도착. 뾰족한 봉우리 세 개를 흔히 삼봉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라스 토레스 전망대(Mirador Las Torres). 남들은 다 반대편에서 일출 보는데 나만 삼봉 앞에서 넋 놓고 바라봤다. 구름 한 점 없는 선명한 삼봉. 와아,,, 너무 예뻤다!!!
날이 밝아오고.. 이제 날이 다 밝았네.. 갈까 싶었을 때 마주한 광경.
7시 50분 정도 되니까 해가 비추어서 불타는 고구마처럼 색깔이 입혀졌는데 정말이지 너무 예뻤다. 눈으로 볼 땐 이거야? 이거야? 고구마인지 잘 몰랐는데 내려와서 사진을 비교해 보니 확연히 달랐다. 이렇게 맑은 날이 얼마나 있을까 3박 4일 동안 고생(?)한 걸 보상받는 기분이랄까. 구름 한 점 없는 삼봉 ㅠㅠ 오래 있진 못했지만 충분히 멋있었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파타고니아 최고.
사진 많~~~이 찍고 멍 때리고 넋 놓고 있다가 8시쯤 하산 시작. 내려오면서도 아쉬움 한 가득에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는 마법 같은 풍경들,,
하지만.. 내려오는 길은 더 죽고 싶었다ㅎㅎ 밝으니까 내가 여길 올라왔다고?라는 생각이 오백번 정도 들었고 ‘와 언제 다와가? 여길 어떻게 올라왔어?’란 생각은 오천번 들었다.. 내려올 땐 다리가 후들거려서 두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오르락내리락 총 4시간.
10시쯤 칠레노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에 뜨거운 물은 공짜니까,, 아껴뒀던 육개장 사발면과 간식 먹으면서 쉬었다.
11시쯤 출발. 금방이겠지 싶었던 내려가는 길이 꽤 멀었다. 전망대도 아니고, 산장도 아니고 그냥 말 그래도 끝이니까 의지를 가지고 트레킹을 하지 않게 돼서(?) 그랬나 보다. 내려가는 길에 올라가던 한국인 분을 마주쳤는데 많이 남았냐며.. 숨이 넘어가게 물어보셨는데 아쉽게도 꽤 많이 남아서.. “네.. 쪼끔 더 남았어요..”라고.. 우리의 지난 모습 같았다.
내려가는 풍경도 예술이었다. 그리고 어떤 외국인이 미친 텐션으로 다가와서 한국인이냐고 물으며 한국 음식이 미쳤다고 자긴 너무 좋아한다고 어떻게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있냐는.. 그런 말을 했다. 너무 하이 텐션이고 갑작스러워서 당황했지만 기운 빠졌던 하산길에 한 줄기의 웃음..ㅎ
한 시쯤 국립공원 웰컴센터에 도착해서 국립공원 입구까지 가는 셔틀을 탔다. 1인당 3,000페소였는데 한 10분? 정도 갔다. 도둑놈들..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돌아가는 버스를 3시로 예매해 둬서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2시 버스로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니 버스에 자리가 남아있으면 가능하다고 했지만 버스가 안 왔다. 그냥 또 아무 데나 앉아서 남은 빵과 간식들 먹으면서 시간을 때웠다. 아니 2시 버스가 3시가 넘어도 도착하지 않았고,, 3시 반쯤에 버스 3대가 한 번에 도착.. 모두가 박수 칠 정도로 많이 다 같이 오래 기다렸다. 많이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알 수 없는 남미 타임.
그래도 무사히 푸에르토 나탈레스 도착했다. 무사히 도착한 걸 자축하는 저녁. La Disqueria에서 먹었던 칠레 최고의 음식(?) 뭐든 맛있을 배고픔이었지만 진짜 맛있었다.
걸으면서 매일 생각했다. 무얼 위해 이렇게 사서 고생하고 있는지, 등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계속 이렇게 걷는 게 맞는지. 너무 힘들다고 욕이 입 끝까지 찼다가 고개 들면 와 미쳤다 여기 뭐야 하고 눈 뒤집어지게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또 욕하고 감탄하고 이걸 4일 내내 하게 하는 파타고니아의 매력.
살면서 생존을 위해 초콜릿을 비롯한 각종 간식을 가장 많이 섭취한 날들이었고, 그 열량으로 삼만보 이상은 거뜬히 걸어낸 날들이었다. 3박 4일 트레킹을 마쳐도 크게 깨우치는 바는 없었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또 고민할 거 같긴 하지만 제2의 무엇도 아닌 유일무이한 파타고니아의 풍경들을 본 것만으로 충분히 값진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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