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3 (230316)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2일차
07:00 기상
08:00 이탈리아노 산장으로 출발
11:30 이탈리아노 산장 도착
12:00 점심식사 및 휴식
12:30 프란시스 산장 도착
19:00 저녁 식사
2023.04.27 - [2023 세계여행] - [칠레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 W 트레킹 1일차 - 파이네 그란데 산장, 그레이 빙하 전망대 포기
2일차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췄지만 미적거리다가 7시에 일어났다. 밤새 비가 온 듯했다. 창문 밖으로 축축한 텐트들이 보였다. 얼마나 추웠을까,,
대충 씻고 아침으로 바나나 먹고 출발. 브리타니코 전망대 가는 길이 엄청 예쁘다고 해서 기대했다. 하지만 출발하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괜찮겠지 어젠 전망대 못 갔으니 오늘은 꼭 가야지 생각했는데 웬걸..
비가 오다가 비바람이 불다가 우박마저 떨어지고.. 심지어는 눈인지 우박인지와 함께 해가 떴다. 이게 녹아서 또 비가 되고,,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날씨 변화를 경험한 날이었다.
비바람 때문에 레깅스가 완전 다 젖고 심지어 양말에 신발까지 다 젖어버려서 고어텍스지만 물 웅덩이 몇 번 첨벙첨벙 하니 기절초풍할 노릇. 너무 춥고 힘들었다.
심지어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방수 장갑이 다 팔려서 그냥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왔다가 큰코다쳤다. 그냥 있어도 손이 너무 시린데 장갑마저 없으니 등산 스틱도 쓸 수가 없었다. 위험한 걸 알지만 가방 메고 양손은 주머니에 넣고 조심조심 걸었다. 장갑 진짜 필수다..!!!ㅠㅠ
그러다가 한 시간 반쯤 걸었을까. 해가 비치더니 뒤에 설산과 풍경이 너무 예쁘게 펼쳐졌다. 하,, 이거구나 다들 이거 보라고 그랬던 거나ㅠㅠ 금방이라도 동상 걸릴 거 같았는데 홀린 듯 핸드폰 꺼내서 사진 찍었다. 진짜 예뻤다. 아주 잠깐 동안 보상받은 기분이랄까. 물론 그 기분은 삼십 분도 채 못 갔지만ㅎ
오르막인데 오솔길 같은 좁은 길들이 비가 와서 질퍽질퍽 해졌고 비가 계속 오니 체력이 두배로 더 많이 들었다.
이탈리아노로 가는 내내 브리타니코 전망대 가야 되나, 아니 갈 수 있나 생각했다. 가면서 후회할까, 안 가서 후회할까, 가는 길에 비가 그칠까 별 생각을 다하면서 걸었다.
열한 시 반쯤 이탈리아노 산장에 도착했다. 말이 산장이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도 잠겨있었다. 점심으로 컵라면 먹을 생각에 뜨거운 물을 텀블러에 담아왔는데.. 라면은커녕 비를 피해 마땅히 쉴 곳도 없었다. 아무 데나 앉아서 샌드위치 만들어 먹었다.
합리화하자면 이탈리아노 산장까지 너무 고생해서 와서(..) 브리타니코 전망대는 쿨하게 돌아섰다. 이틀을 더 걸어야 했기 때문에 남은 이틀을 위해 체력을 아끼자,,
30분도 채 안 걸은 거 같은데 프란시스 산장 도착;; 당황스러웠다. (물론 브리타니코 전망대를 갔다 온다는 전제 하에 쿠에르노 산장보다 프란시스가 체력 분배에 좋다)
두 시부터 체크인해준다 해서 컵라면 먹고 졸다가 8인 1실 도미토리 입성. 프란시스 산장은 돔 같이 생긴 곳 안에 2층 침대 4개와 화장실 2개, 샤워실 2개가 있다. 문 앞에 작은 벽난로도 하나도 있지만 침대 있는 곳까지 따뜻해지진 않는다.
파이네 그란데처럼 건물이 아니라 위에 천막(?)처럼 되어 있어서 바람이 불면 무시무시하다. 시끄럽기도 하고. 삼일 중 가장 시설이 열악했던 산장이었다.
침낭 속에 들어가서 누웠다. 인터넷도 안되고 비도 오고 피곤했다. 그렇게 또 낮잠을 잤나..
다섯 시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로 씻고 난로 앞에서 불멍 하다가 일곱 시에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수프와 닭가슴살 한 덩이..? 산장에서 먹은 저녁 중 제일 별로였던 날.
먹고 또 누워서 내일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하고 데자뷔처럼 또 생각했다. 계속 걸으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과 함께.
2023.05.18 - [2023 세계여행] - [칠레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 W 트레킹 3일차 - 칠레노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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