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5, 46 (230226~0227)
페루-볼리비아 국경 넘기
원래 쿠스코에서 아레키파로 가는 버스를 예매해두었는데 시위로 길이 막혀 3일 전에 취소가 됐다. 페루에서 볼리비아 간 국경 또한 육로로 넘을 수 없었다. 국경은 커녕 푸노까지 버스도 시위로 길이 막혀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육로가 열리길 마냥 쿠스코에서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리마를 거쳐 볼리비아 라파즈로 갈 수 있었지만 코파카바나가 포기가 안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도 현지인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 파비앙을 찾아갔다. 그 전에 우리가 다른 여러가지 것들, 예를 들어 이 버스회사는 어떤지 이 도시는 어떤지 등을 물었을 때, 여기는 괜찮고 어떤 건 위험하고를 잘 설명해주고 진심으로(?) 조언해주어 적어도 속이지는 않을 거 같았다.
파비앙이 이리저리 통화를 하더니 26일이 푸노 가는 버스가 운행한다고 하여 쿠스코 숙소를 하루 포기하고 떠나기로 했다.
쿠스코에서 푸노까지 버스, 푸노 터미널에서 선착장까지 택시와 보트를 잡아줄 가이드, 보트비까지 모두 한 번에 예약했다. 이 당시엔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둘이서 480솔.
푸노까지는 Avalos tours라는 새로 생긴 버스 회사의 버스를 이용했는데 깨끗하고 좋았다. 버스에서 내리니 우리 이름을 들고 가이드가 서 있었다. 택시를 태워 페루 출국 심사하는 곳에 데려다줬다. 그리곤 곧장 보트로 함께 갔다. 번개불에 콩 볶아먹듯 4시간 소요되는 쾌속선에 탑승했다.
여러 후기에서 봤던 정원 초과 탑승은 없었고,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고 배 윗칸에 짐을 실은 채 출발했다.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땐, 아 여기가 티티카카 호수구나 하고 영상도 찍고 경치도 봤는데 점점 배가 많이 흔들리고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억지로 잠을 청했고 자다깨다자다깨다를 반복했다.
그러더니 보트 엔진이 고장나서 호수 한 가운데 멈춰섰다. 그리곤 배에 있던 조종사, 직원들이 모터?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배가 움직이지 않으니 더 많이 흔들렸고 옆에서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났다. 와 진짜 여기가 어딘지 호수 한가운데인 건 분명한데.. 눈앞이 아찔했다. 다들 토하고 난리가 났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토하기 직전이었으니까ㅎ
그렇게 배는 가고 서기를 반복했다. 내 기억에만 모터가 3번쯤 고장났던 거 같다. 분명 4시간 소요되는 쾌속선을 탔는데 8시간~9시간이 걸렸다. 항구 같지도 않았던 곳에서 인당 2솔 항구 이용료 갈취..
배에서 내려서 앞에 택시 같은 아무 차나 타고 페루 - 볼리비아 국경에 내렸다. 10솔(약 3,500원). 엄청 짧은 거리였지만 아무런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이 한 걸음으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데.. 지키는 이 하나 없는게 놀라웠다.. 아침 7시 쯤 출발한 보트가 페루 융구요에 도착해서 차를 타고 국경까지 도착하니 벌써 4시. 이렇게 무사히 도착해 다행이었다.
한걸음 내딛으면 페루 융구요에서 볼리비아 카사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는 되게 이색적인 경험이었는데.. 당시엔 아무 감흥도 없었다는ㅎㅎ
여기서 조금만 더 걸으면 볼리비아 이미그레이션이 나온다. 한국에서 비자를 받아와서 큰 문제도, 대기도 없이 무사히 입국심사를 마쳤다. 바로 옆에 깜비오가 있어서 페루 동전까지 싹 다 환전했다.
코파카바나 시내까지 가는 방법이 많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버스도, 콜렉티보도 없었다. 택시로 추정되는 차에 다가갔더니 50볼리비아노(약 9,500원)을 불렀다. 읭? 5볼이면 간다고 했던거 같은데.. 하지만 도무지 갈 수 있는 방법도, 남은 체력도 아무 것도 없었고 무엇보다 보트에서 숙소를 잡았는데 숙소 예약이 되었는지도 불확실해서 일단 갔다. 지금 와서 보니 눈탱이를 심하게 맞았닿ㅎㅎ10배가 뭐야..
그래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장 다행이었던 건 파비앙한테 가서 도움을 청했던 것. 안전한 경로가 아니라 생각되어 후기를 엄청 많이 찾아봤는데 페루 출국 심사나 보트 탑승 등 에서 돌발 상황이 많이 생기는 거 같았다. 다행히 우린 파비앙이 보내준 가이드가 있어 큰 문제없이 수속을 마쳤었다. 그 후 보트는 파비앙도 몰랐을 테니,,
Las Olas 우리가 예약한 호텔.
숙소에 도착하니 당일 예약인데 내가 답장이 없어서 방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다른 방으로 무사히 입성.
2박에 USD 116이고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하는게 좀 더 저렴하다. 뷰 하나 보고 큰 맘 먹고 예약한 방이었는데 너무 좋았다. 하루종일 고생한 게 없어질 만큼은 아니지만.. 이걸 보려고 이렇게까지 힘들게 왔나 싶었다.
그렇게 코파카바나 도착.
12번 포장마차에 가서 저녁 7시에 첫 끼를 먹었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한국어 메뉴도 있고 음료도 서비스로 주셨다. 무엇보다 진짜 맛있었던 송어.
요렇게 먹고 50볼(약 9,500원) 나왔다.
볼리비아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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