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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계여행

[아르헨티나 엘 찰텐] 세계 5대 미봉 피츠로이(Fitz Roy) 일출 트레킹 후기, 엘 찰텐 수제버거 맛집

by maylane 2023.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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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D+70 (230323)
세계 5대 미봉 피츠로이 등반하기

엘 찰텐 여행의 목적은 하나, 바로 세계 5대 미봉이라 불리는 피츠로이 등반이다. 파타고니아 로고가 바로 피츠로이를 형상화해 만들었다고 한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피츠로이 봉우리를 보는 게 참 어렵다고 한다. 날씨 예보에 맑은 날이더라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게 파타고니아의 날씨이기 때문.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1년 내내 구름이 봉우리를 뒤덮고 있어 확률은 엄청 낮은 편이고 큰 기대 없이 가는 게 좋다고 했다. 일정을 짜다 보니 피츠로이 등반을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밖에 없었다. 이 날 실패하면 불타는 고구마는 물 건너가는 거였는데 다행히 이 주의 날씨 중 가장 좋았다.


준비물: 옷, 방한용품(장갑, 모자, 경량패딩이나 바람막이, 핫팩 등), 헤드랜턴, 등산스틱, 맵스미 지도 오프라인 다운로드, 간식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한 따뜻한 옷과 방한 용품, 그리고 새벽 산행이라면 헤드랜턴과 등산스틱, 간단한 요깃거리 정도면 된다. 등산로 입구부터 정상까지 유일하게 있는 시설은 화장실이기 때문에 간단한 먹거리라도 꼭 챙겨가는 것이 좋다. 우리는 보온병에 따듯한 물과 커피, 초콜릿, 에너지바, 바나나 등을 챙겨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맵스미 오프라인 지도 다운로드다. 진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산에선 핸드폰이 안 터지고 길을 잃을 위험이 있어 오프라인 모드로 꼭 다운로드하여 가야 한다.


새벽 3시 반쯤 일어나서 준비했다. 슬렁슬렁하다가 아침이랍시고 삶은 계란도 먹고.. 엥? 늦었지 않나 생각하다가 4시 40분 즘에 출발했다. 이때만 해도 이미 늦은 거였다. 안 좋은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헤드렌턴 불빛에 의존해서 걷다가 쏟아질 듯한 별도 보고.. 쉬지 않아도 되는데 나무에 앉아서 쉬기도 했다. (왜 그랬어? 도대체..)

처음엔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다가 평지를 좀 걸으면 카프리 호수 근처에 피츠로이 전망대(Mirador Fitz Roy)가 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쉬운 편이고 맑은 날엔 피츠로이가 잘 보여서 여기서도 많이 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봉우리 바로 아래에 있는 로스 트레스 전망대(Mirador Los Tres)로 향했다. 여기서부터 2~3시간이 더 걸리는데 마지막 1km가 돌무더기 급경사라 엄청나게 힘들다.

해가 점점 밝아오고.. 7시 20분쯤 저 멀리 봉우리가 보였다. 불타고 있는 것과 함께.. 직감적으로 망했다 싶어서 미친 듯이 걸었다.

Fitz Roy

분명 마지막 오르막(1km 구간)에서 1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맵스미 지도 도착 시간만 철썩 같이 믿고 왜 그랬나 모르겠다. 오르막을 미친 듯이 올라갔지만 저 멀리 보이는 불타는 고구마 피츠로이,, 심지어 날씨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이땐 뒤에 풍경도 보이지 않았다. 죽을힘을 다해서 올라갔지만 체력이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밝아졌다는 생각에 의욕이 떨어졌다. 그렇게 죽을 듯이 네 발로 기어갔다. 체감상 토레스 델 파이네보다 훨씬 힘들었다. 정상에 도착한 건 8시 45분이었다. 일출 예상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아 그래도 예쁘다. 감탄과 억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우리 조상님들이 대대로 덕을 쌓았지만 우리가 발로 차버린 느낌이랄까..ㅎㅎ 아니 안 쉬고 조금만 부지런히 걸어왔으면 볼 수 있었을 텐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물론 이 상태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멋있었지만 말이다. 자책하다가 눈앞의 풍경에 나도 모르게 나오는 감탄사들,,  

정상에서만 거의 1시간 있었던 거 같다. 커피 먹고 당 충전하고 멍 때리다가. 발 길이 안 떨어졌지만 10시쯤 하산 시작.

진짜 파타고니아 로고 실사판이다. 안녕 파타고니아.. 내가 또 언제 올 수 있을까..

Mirador Los Tres

어두울 땐 잘 몰랐는데 아니 내가 여기를 어떻게 올라왔냐고.. 싶은 마음이 들던 급경사와 돌길들.. 내려가는 게 더 힘들었다.

3월 중하순, 파타고니아는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2023년 3월 23일) 울긋불긋 단풍이 너무 예뻤다. 여름과 가을 사이 너무 좋은 시기에, 그리고 좋은 날씨에 등반할 수 있어 운이 좋았다. 내려오는 길이 훨씬 힘들었지만 그만큼 더 아름다웠다.

파타고니아 단풍

한국에서도 등산한 번 해본 적 없는데.. 단풍이 너무 예뻐,, 이 맛에 산 타는구나.

사진도 많이 찍고 카프리 호수에도 잠깐 앉아서 쉬었다. 저기 멀리 보이는 애증의 피츠로이.

카프리 호수

이때부터 날씨가 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거의 다 내려오니.. 날씨가 무슨 일이야. 참 다행이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계속 걸어서 저 멀리 마을이 보이고.. 오후 2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다리가 내 의지와는 다르게 알아서 걷는 지경이 되었다. 진짜 너무 힘들었다. 왕복 9시간의 피츠로이 트레킹 끝. 당분간 트레킹은 하지 말자고 둘이서 다짐했다. 약 5만 보를 걸은 하루.. 다리가 잘리는 느낌 (ㅋ)

숙소에서 좀 쉬다가 헤드 렌턴 반납하고 수제버거 집에 갔다. 아르헨티나는 소고기가 맛있기 때문에 패티가 사기인 수제버거도 무조건 맛있다. La Lomiteria라는 곳에 가서 3번 소고기 버거와 감자튀김을 시켰다. 양상추+토마토+계란+베이컨+치즈+캐러멜라이즈 한 양파까지 맛없을 수가 업..

La Lomiteria 메뉴

왼쪽이 작은 사이즈고 오른쪽이 큰 사이즌데 작은 거만 먹어도 배 터진다. 큰 건 거의 서브웨이 사이즈라.. 터질 거 같은 햄버거여,, 진짜 맛있게 먹었다. 등산하고 배고파서 인 것도 있지만 고기랑 빵, 안에 들어간 게 다 맛있었다. 이렇게 먹고 8,000페소(약 30,000원)였다. 엘 찰텐은 칼라파테보다 식당이 적은 편이고 비싼 편이라 이 정도면 뭐…

La Lomiteria

아쉽지만 흔치 않은 맑은 날의 피츠로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뜻하지 않게 다리를, 특히 무릎을 잃은 기분이지만.. 힘들어도 꼭 한 번 해보는 걸 추천한다. 물론 우린 당분간 등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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